에너지

조선업 국방업으로 태세 전환(1)

ENG.J 2023. 9.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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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이 호황이 올 것이라 합니다. 
 
저는 과거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의장 QM으로 일했습니다. 현업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에너지 산업의 Midstream을 담당하는 조선업의 업황에 대해 쟁점이 되는 듯 하여 제 생각을 남겨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2007년~08년까지 조선업이 초호황일 때가 있었습니다. 조선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2차세계대전 이후 영국, 미국에서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로 주도 국가가 이동하였고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현재는 주도 국가가 한국과 중국 사이 어디즈음인데 과거와 다른 사례를 만들지 아니면 주도 국가가 넘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현대重, LNG선 역대 최고가 수주 < 국내 < 해사프레스 < 기사본문 - 한국해운신문 (maritimepress.co.kr)

 

현대重, LNG선 역대 최고가 수주 - 한국해운신문

현대중공업이 최근 LNG운반선 2척을 역대 최고가로 수주하는데 성공했다.현대중공업은 8월 2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17만 4천cbm급 LNG선 2척을 척당 2억 6500만 달러, 총 5억 3천만달러(6790억원)에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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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의 cycle 상 조선업의 호황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이미 컨테이너 및 LNG선으로 도크의 물량을 모두 채웠고, 이제 탱커선을 채우고, FPSO, FLNG 등 해양플랜트가 막 시작될 시점이죠. MPEC 등 환경규제가 겹치며 늦게 와야 할 cycle이 서둘러 온 듯합니다. 조선업은 역사적으로 cycle이 있는 업종입니다. 이번 cycle이 지나면 또 암흑과 같은 구조조정 기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국내 조선소는 본원적인 경쟁력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2010년대 해양플랜트가 폭삭 망한 후로 무더기 누적적자를 뒤집어쓰며 그 여파가 조선소 임직원들에게 왔습니다. 저도 한창 Ichthys CPF 공사 시점부터 회사가 힘들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벽에 정박되어있는 Shell FLNG는 외부에 홍보하며 회사는 잘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던 상황에서 말이죠. 이후 조선소 내 임직원과 회사의 갈등은 팽배해졌으며, 설계 역량(인력)은 꾸준히 저하되었고, 경쟁력의 핵심인 현장 기술자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도 그때 시점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는 국내 조선소가 본원적인 경쟁력을 이미 훼손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나마 아직 남은 핵심 인력들로 이번 cycle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조선소 기술력이 좋다고 합니다. 그 기술력은 무엇인가요? 제 생각에는 30년 넘게 쌓아온 건조 기술력 즉 현장기술자입니다. 07~08년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현장 인력들이 배를 찍어내듯이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원천설계에 강점은 없습니다. LNG선 만들면 프랑스 GTT로 돈을 줘야합니다. 해양플랜트 지으려면 값비싼 Top Side는 외국 시추회사에서 장비 사와야 합니다.
 
저도 한창 Sea Drill사 Drill ship 공사할 때 NOV 엔지니어가 마음대로 안 움직여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Top Side 공사는 느긋한 외국 시추회사 때문에 안 그래도 지연되는데 선주들은 배를 빨리 가져갈 마음이 없다(용선료 or 유가가 안 좋거나) 이러면 그냥 인도 지연금 받으면서 버팁니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한국조선소는 Assembly, 즉 납기내 공정 잘해서 원가를 절감하여 계약 금액에서 돈을 남겨야 하는 구조입니다. 
 
조선 빅3 '빨간불'…수주 선박, 6개월 건조 지연 왜? (ebn.co.kr)

 

조선 빅3 '빨간불'…수주 선박, 6개월 건조 지연 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를 비롯한 조선업계에 선박 인도의 지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때문이다. 정부도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등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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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내 공정으로 먹고사는 조선소가 상대적으로 공정이 간단하여 찍어대면 되는 컨테이너선조차 인도 지연이 발생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핵심 현장 기술자들의 부족 문제일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한국의 조선 기술이 최고다"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로 아무리 땜빵해 봐야 해결되지 않고 앞으로 무리한 수주를 하면 할수록 공정 지연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위의 미포조선뿐만 아니라 대형조선사에서도 지금의 cycle 상 수주 계속 고가로 하겠지만은 21년도 LNG선 납기가 다가오는 24년즈음 되면 공정 지연이 이슈될 것입니다.
 
이제 좋은 인력으로 배 짓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조선소 위험하고 일 힘든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똑똑하고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저임금으로 위험한 현장에서 배우면서 일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거제같이 땅끝 도시에서 마음잡고 살리도 만무합니다. 긴 시계열로 보면 지금 50대 이상 주축 인력들이 떠나면 한국 조선업은 자연스럽게 현재 일본과 같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 봅니다. 미국, 영국도 그랬듯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기피 업종은 망하는 것이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획] 인력난 조선업 `재소자 투입` 재점화 - [디지털타임스] (dt.co.kr)

 

https://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083102100158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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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입해서 해결된다고 하더니 역시나 안되었습니다. 이제 재소자까지 투입하려고 합니다. 해결될까요? 그나마 있는 사람이라도 잡으려면 임금이라도 올려서 다른 업종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울산에서도 '자동차' 다니는 사람과 '조선소' 다니는 사람의 임금 격차가 매우 심합니다.
 
조선소 구조상 공정률에 따라 영업이익이 잡히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는 시점은 늦을 수 있지만 어쨌든 25년, 26년쯤 되면 임금이 상당히 오르긴 할 것입니다. 성과급도 나오겠죠. 그때쯤이면 거제에는 젊은 사람이 좀 채워질 수 있을까요? 
 
비관적인 내용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cycle은 상당히 크고 길 것 같다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실도 준비된 사람이 따먹는 것이겠죠. 긴 시계열로 보면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일본과 같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산업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도 말입니다. 
 
up cycle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음에 올 내리막은 급격할 것입니다. 오르막을 유지하거나 혹은 내리막에서 조선업이 버티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미 해군 USS 애리조나 함

 
아래 사진은 과거 미국의 2차세계대전 시점의 군수 물량입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군수물자입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팩토리에서 물량을 찍어내듯이 만들어 내던 시점입니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복구에 힘들던 유럽과 달리 온전히 생산시설을 보존하며 넓은 땅에서 나오는 자원으로 생산력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기간 배수량 1만 톤급 리버티선을 2,700여 척을 건조하였습니다. 독일이 격침하는 것보다 더 많이 만들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정식명칭은 리버티급 수송함이지만 통칭 '리버티선'으로 부르며 1941년~1945년까지 2,751척이 계획되어 그중 98%에 달하는 2,710척이 건조됐습니다. 이러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결국 승전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해군

 
너무 글이 길어져 생각정리 후 다음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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